제목: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필 "백련"
이름: 이영수 * http://www.whitelotus.co.kr


등록일: 2004-08-13 10:00
조회수: 3054
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白   蓮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 가람 이병기 -

龍華山 구름자고 天湖에 달오르다

白蓮花 곁에 두고 못가로 거니노니

이따금 서늘한 바람 향을 불어 오도다.


는 이왕 나의 拙作인 "故土"에 실었다.
내가 고적한 龍華山 기슭 眞絲洞에서 생장하여 나이 십여에 가장 반기던 그 주위 山野의 大自然한 풍경이었다.
이것이 가장 인상이 깊고 기억이 새롭다.
그 내력일지는 모르나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그 무서운 검박한 규모와 가난한 살림이로되 집 앞 논을 반마지기나 못을 파고
칠십리나 되는 魯城 장골서 尹八松 선생이 중국서 캐다 심었다는 白蓮 뿌리를 구하여 옮겨 심었었다.
그 白蓮이 성히 번식하여 수년 만에 한 못으로 가득 차고 삿갓만한 잎과 白鶴만한 꽃이 여름 내지 가을까지 한 瑤臺를 이루었었다.
나는 그때 古文眞寶에서 周濂溪 선생의 愛蓮說도 배우긴 하였지만 그 뜻을 안 건 아니고
그 삿갓만한 청청한 잎사귀 사이에 白鶴만한 탐스럽고도 조촐한 꽃이 피어
맑고 향긋한 향내가  코를 찌르는 그때 비록 어렸지만 감촉만은 남과 달리 하였던 것이었다.
벌써 십 년 전이다. 우리 아버지께서 그 못이 메었다 하고 쌓이고 쌓인 수렁을 다 쳐내고 白蓮 뿌리를 놓았더니
그 뒤 白蓮은 着根이 못되고 없어지고 말았다.
내가 매양 歸省하였을 때 白蓮이 없음을 퍽 쓸쓸하게 여겼고 先人께서도 그걸 퍽 可惜하다고 말씀하시었다.
내가 육이오 그 다음해 이 全州로 와서 한동안은 이런 염 저런 염도 없었다가 작년 봄에야 白蓮 있는 곳을 여러 군데로 알아보고
십여 리 가서 간신히 두어 뿌리를 얻어다 심었더니 아니 살았고 圓光大學에서 열 여섯 뿌리를 얻어다 심었더니 죽었다.
올봄엔 또 얻어다가 내가 지금 있는 養土齋 수채인 시궁창에 심었더니 잎이 나다 말고 뿌리가 썩어 버렸다. 너무 실패를 하매 화가 난다.
이만한 백련 하나를 살리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할 것인가? 이렇게도 생각을 하다가 다시 뉘우쳐 白蓮의 성질과 그 심는 방법을 연구하여 보았다.
藝文志, 物名考 廣才物譜, 辭源 등을 상고하여 보았다. 연은 시궁창 같은 더러운 흙을 좋아한다고 말들을 하나 그저 그런 것이 아니다.
그 성질이 군자에 비할 만큼 깨끗하고 조촐한 걸 좋아함이었다. 이상 書冊에 적힌 걸 종합하여 말하면

1. 蓮은 얕은 물에서 생장한다.
2. 연은 수렁에 뿌리를 두고 淡水를 좋아한다.
3. 移植은 春分 무렵부터 立秋 무렵까지이고 三節 이상의 뿌리라야 한다.

하는 세 가지를 알고는 다시 수채 옆애 조그마한 웅덩이를 파고 그 썩어 가는 뿌리 가운데 좀 성한 놈을 골라 두어개 심었더니 시나브로 죽는다.
土管을 사다가 밑을 막고 질흙으로 한 자 반이나 채우고 그 위에 해감흙을 예닐곱 치 돋우고
7월 12일 圓光大學에서 또 三節 이상인 뿌리 두어 개를 캐다 심었더니 이내 새잎이 4,5대 솟고
8월 20일엔 두 대 꽃순이 솟아 한 대가 먼저 피었다.
두어 해를 두고 캐다 옮기면 다 죽고 죽어 괸 시궁물에 새로 다시 심은 白蓮 새잎은 나오다 말고 뿌리 먼저 썩는다.
토관을 밑을 막아 질흙과 해감을 넣고 세 마디 뿌리를 캐다 다시 심은 白蓮 두 대의 꽃순이 솟아 벌어지는 이 아침!
이건 실패하던 끝에 얻은 기쁨. 적어도 성공의 그 기쁨이었다.
다시 말하자면 실패도 그 이유가 있으려니와 성공도 그 이유가 있다.
먼저 白蓮을 심어 실패한 건 깊은 물바닥이 冷한 데다 심은 것과 또 북적북적 끓는 시궁창에 심은 까닭이고
나중에 성공한 건 그 성질과 移植 방법을 알고 거기에 맞게 했기 때문이었다.
이만한 일도 이렇거니와 보다 더 복잡다단한 일에랴.    (1956. 6)


요즈음 연모임의 회원들과 교우하다가 우연히 가람선생의 백련이란 수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.
저는 지금까지 화초복이 남달랐던 가람선생이 난초만을 좋아하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
이 수필을 보니 백련재배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시고 깊은 연구를 연구하셨다는 걸 알았습니다.
저도 가람 선생처럼 틀못에 연을 심는 일을 좀 더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.
틀못의 그 많은 수초를 다 걷어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.
틀못의 수초의 생태가 어떠한지,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...
수심은 또 어떠한지...
내년 봄을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연구해야겠습니다. 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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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재화   2004-08-27 15:45:00
연구 하시고 수고하시는 선배님께...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^^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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